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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응 시집 「나, 여기 있어요」 월간문학출판부.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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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표현하는 시, ‘가을답게 하는 것은“ 가을 느낌과 풍성함 그리고 계절의 동향과 명절인 추석을 묘사하고 있다. 가을이 가을다운 것을 표현하는 시적 낭만이 듬뿍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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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답게 하는 것들
시/ 김대응
가을이 오는 느낌은
아침저녁 바람결 서늘해지는 것으로 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새벽 창가 귀뚜라미 울고
마른 가을 태풍 지나가는 바람 소리로 온다
가을이 물드는 것은
꽃밭 호랑나비 흰 나비 사뿐사뿐 꿀을 빨고
시골 집 마당 빨랫줄 잠자리 길게 줄지어 앉았고
옥수수 밭 강냉이 수염 짙은 갈색으로 온다
가을을 누리는 것은
우리를 존재케 한 조상 먼저 찾아 벌초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추석으로 온다
가을이 오고가면
고향 찾아가는 지루함도 즐겁던 만큼
돌아온 삶의 터전, 고단함이 기다린다
가을이 가는 느낌은
풍성했던 여유, 썰물처럼 비는 허전함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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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응 시집 「나 여기 있어요」 월간문학출판부 2020 p. 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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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표현하는 또 한 편의 시는 가을의 안타까움을 묘사하고 있다. 다른 모든 표현을 몽땅 생략해 버린 시이다. 가을에는 누구나 바라는 바가 있다. 열매이다. 가을에 열매가 없으면 가을은 망한 계절이다. 가을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진 절망이다. 이런 가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죽고만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맺지 못한 기도’라는 시는 감사합니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것도 간절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기도조차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인데 어찌 기도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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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맺지 못한 기도
김대응
가을에는
감사합니다
가을에는
감사합니다
가을에는
간구할 수 있음을 .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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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응 시집 「나 여기 있어요」 월간문학출판부 2020 p.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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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든 걸어서 어디를 가든 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답답한 생활에서 오는 탈출구를 찾고 싶은 갈구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묘사를 한 한 편의 시가 있다.
한강은 한강변을 따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희망의 길이라고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환경이다. 한강은 단순히 강의 역할만이 아닌 그것을 넘어선 생명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이 되어도 희망만큼 열매를 맺지 못한 이들에겐 절망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하는 여유를 가르쳐주는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힘들어도 한숨이 나와도 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한없이 걷다보면 새로운 힘이 생기고, 새로운 길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래서 한강으로 가는 사람은 살 수 있다. 물론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이 시는 한강을 따라 걷는 길에서 생명을 노래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으라고 삶의 기운을 넣어주는 시다. 이러한 시를 만나면 문학이 비로서 구원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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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한강으로 간다
시/ 김대응
나는,
가을에는 한강으로 간다
강 바람이 선선하고
영혼이 강변 바람을 따라 흐르듯
강줄기를 따라 하염없이 흘러간다
어디까지 가면 끝날까 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진다
강변로가 끝나는 곳에는
하늘로 가는 길이 열리고
하얀 뭉게구름 수레를 타고
저 높은 옥빛 하늘로 간다
구름과 하늘과 강물과 도시의 건물이
수채화처럼 어울리고
채색된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나는,
가을에는 한강으로 간다
거기에 새로운 길이 보인다
탁 트여진 전망을 바라보면
막혔던 마음이 뻥 뚫리고
이 길에서 저 길로 가는
새 삶이 보인다
한강,
라인강의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을 보여주지만
나의 가을은 한강보다 더 큰 기적을
내게 보여 주었다
나는,
가을에는 한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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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응 시집 「나 여기 있어요」 월간문학출판부 2020 p.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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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생각하면 가을비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가을에는 비보다 햇볕이 더 필요하다. 가을에 오는 비는 열매를 맺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시간보다 햇볕이 더 필요한 계절이다. 그래도 비는 내린다. 기대한 열매를 얻지 못한 이들은 어깨가 축쳐진다. 특히 직장인들은 가을이 되면 우울하기만 하다. 기대했던 것 만큼 돌아오지 않는 수입의 열매로 인하여 가을비는 더욱 측은하게 만든다. 저녁이 되면 물기에 젖은 자동차의 붉은 헤드라이트의 불빛에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다.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을 위한 희망의 기도이기를 바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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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오는 저녁 퇴근길
시/ 김대응
가을비 오는 저녁
자동차 브레이크등 불빛이 도로를 수놓고
저녁의 불빛도 붉게 물드는 시간
흐르는 빗물이 새색시 얼굴의 홍조처럼 반사되는 퇴근길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였지만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것을 기도하는 듯
우산 속에 고개 숙인 기도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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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응 시집 「나 여기 있어요」 월간문학출판부 2020 p.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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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귀뚜라미 울어대고 가을 장맛비가 오지만 가을은 가을의 향기를 내뿜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 가을이라는 주인이 계절을 마음대로 운행한다. 다만 사람들은 이 가을이라는 버스에 타고 있는 고객일 뿐이다. 이 가을은 우리들을 어디로 실어가고 있을까.
- 글/ 펜포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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