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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칼럼] 한국 두 개의 갓 끈 떨어져, 한미동맹 느슨, 한일공조 악화 입으로 불어도 날아갈 것




[태영호 Column]

한미동맹 느슨, 한일공조 악화, 끈 떨어져 입으로 불어도 날아갈 '갓'


'평양발 경고장'과 중·러 도발… 정부 반응 헷갈리고 우려돼

한·미 동맹과 한·일 공조는 갓끈과 같아 한쪽 끊어지면 쉽게 날아간다는 게 北 전략






지난 한 주간 나라가 전례 없는 외교·안보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제로부터 독립해 자주독립 국가로 우뚝 선 지도 70여 년이 지났는데 '구한말 시대가 재현되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동해에 빨리 작전 배치하고 신형 단거리 미사일 등 전략·전술 무기 체계를 연속적으로 개발하여 한국의 최신 무장 장비를 '파철(破鐵)'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과 함께 '위력 시위 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는 '평양발 경고'까지 공개 발신했다. 그런데 '권언'과 '위력 시위 사격 소식'이 배합된 조폭식 '평양발 경고장'에 대한 우리 정부 반응이 안이한 것인지 아니면 신중하고 차분히 계산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중·러의 오만함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은 우리의 F-35 스텔스기 등 최신 무장 장비 도입이 9·19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 9·19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하니, 누가 9·19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지 국민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미국 등 국제 공동체의 반응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미연합사는 북한 미사일이 한·미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라고 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향한 경고가 아니'라서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한·미 동맹 관계의 현주소라면 미래의 한·미 동맹 관계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에도 유엔은 미사일 비행 거리가 600㎞ 정도여서 추가 제재 결의는 필요 없다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 국민의 안보가 기댈 곳마저 없어 보인다.

이러한 불안한 외교·안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국가 좌표'가 없고, 동맹국들과 사전에 합의해 놓은 '대응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국가 좌표'란 우리의 국격과 안보를 건드리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고 자동적으로 강한 대응을 한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이 평화 체제를 이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대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며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상호 비난 선전을 중지할 것을 최우선 사항으로 제기한다.

우리도 김정은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해 험담과 막말을 하면 정중히 항의하는 정도의 입장이라도 밝혀야 북한의 막말, 폭언 습관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재선이라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의미를 축소할 수 있겠으나 우리의 안보가 직결된 문제에서 우리 스스로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 지금처럼 누구도 우리의 안보를 걱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한·미 군사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실험 등 여러 종류의 군사적 도발에 어떤 합당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명문화한 '합동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한·미 정부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각자의 계산에 따라 엇갈린 입장을 보이는 것을 극복할 수 있으며 북한 앞에서 한·미 동맹을 예측 가능한 동맹으로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누려 왔던 외교·안보적 평온은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굳건한 한·미 군사 동맹과 긴밀한 한·일 공조 체제에서 나왔다. 그래서 김일성은 한국을 '갓'에 비교하면서 한·미 군사 동맹과 한·일 공조 체제 중 어느 한쪽 갓끈만이라도 잘라버려 '입으로 불어도 날아갈 갓'으로 만들라고 했다.

러·중이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것도 최근 한·미 동맹이 느슨해지고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미국에 더 가깝다면 일본이 우리에게 함부로 뭐라 하지 못할 것이고,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을 미국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정신'으로 돌아오라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우리가 갈 길은 한·미 동맹 강화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8월에 예정된 한·미 합동 연습은 계획대로 진행하여 우리의 지정학적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고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朝鮮칼럼 The Column]
조선일보. 2019.07.3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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