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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는 길이다> 메이지 유신, 반역자의 두목(에노모토 다케아키)과 손을 잡다




[박훈의 역사 서재]

국가 미래 위해 반란 수괴와도 손잡다







 








막말(幕末)의 풍운아, 에노모토 다케아키와 메이지 유신



우리는 역사의 변혁기를 바라볼 때 주로 승리한 세력에 주목한다. 혁명 혹은 변혁 세력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드라마틱해서 흥미를 자극하고, 그 후에 성립된 체제의 기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당시 시점에서 앙시앙 레짐(구체제)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을 것이며,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패배하느냐는, 혁명 진행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쑨원의 혁명파도 중요하지만, 청조 최후의 개혁인 신정(新政)도 주목할 만하며, 조선의 개화파나 동학 연구도 해야겠지만 세도정치나 대원군에 대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혁명이나 변혁은 반체제 세력이 주도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체제 측의 대응 방식과 수준이 그 성격을 규정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유신 변혁을 이끈 사쓰마와 조슈번을 주로 주목해왔다. 대하드라마도, 역사소설도 그랬다. 그러나 당시 정국에 영향을 더 끼친 것은 압도적으로 막부의 움직임이었다. 손일 전 부산대 교수의 '막말(幕末)의 풍운아, 에노모토 다케아키와 메이지 유신'(푸른 길)은 막부의 젊은 엘리트이자 최후의 저항군 사령관 에노모토의 삶을 중심에 놓고, 앙시앙 레짐 도쿠가와 막부의 '질서 있는 패배'를 잘 보여준다.

막부는 1862년 26세의 준재 에노모토를 네덜란드에 유학시켰다. 그는 포술, 화학, 증기기관학, 국제법을 맹렬히 공부했다.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달려가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1867년 일본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막부는 스스로 정권을 천황에게 넘겨주며 '질서 있게' 퇴각했다. 에노모토는 막부 해군을 이끌고 홋카이도까지 달아나 저항했지만 결국 포로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참수됐어야 할 터. 그러나 메이지 정부도 정권을 '질서 있게' 접수했다. 그의 서양 지식을 아까워한 '적장' 구로다 기요타카는 그를 살려주었다. 그 후 에노모토는 메이지 정부에서 마침내는 외무대신까지 역임하며 재능을 남김없이 환원했다.

최근 한일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이가 일본을 더 알아야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한국인 필자가 쓴 좋은 책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좀 두껍다. 일본 역사에 생소한 우리 독자들에게 상세한 배경 설명을 곳곳에 가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노모토 개인사뿐 아니라 이 시기 일본사의 안내서로서도 유용하다.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책을 펼쳐보자.


[조선일보. 2019.08.03. 03:00. 종이신문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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